부동산 계약은 보통 계약금 → 중도금 → 잔금 순서로 돈이 오갑니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언제까지는 계약을 무를 수 있고, 언제부터는 못 무르는지」가 여기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계약금으로 계약을 무를 수 있습니다 — 해약금
민법은 계약할 때 계약금을 주고받았다면,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다음처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565조 제1항).
- 계약금을 준 사람(매수인·임차인) →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
- 계약금을 받은 사람(매도인·임대인) → 받은 계약금의 배액(두 배)을 돌려주고 해제
이 규정은 매매뿐 아니라 전세·월세 같은 임대차에도 준용됩니다(제567조). 그리고 이렇게 해제할 때는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규정(제551조)이 적용되지 않습니다(제565조 제2항).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계약금으로 미리 정해 둔 방법대로 무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해약금으로 해제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입니다. 이행에 착수했다는 것은 계약대로 할 일을 실제로 시작했다는 뜻이고, 대표적인 것이 중도금 지급입니다.
- 중도금이 지급되면 그 뒤로는 일반적으로 계약금 포기나 배액 상환만으로 해제할 수 없습니다
- 대법원은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약속한 날짜 전에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시세가 오르자 매도인이 해제하려 했는데, 그 전에 매수인이 중도금을 날짜보다 먼저 제공한 사건에서 매도인의 해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 다만 잔금 날짜가 매도인에게도 중요한 약속이었다면, 매수인이 날짜 전에 잔금을 먼저 내도 매도인의 계약금 해제를 막을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5. 5. 1. 선고 2022다286656 판결 · 판례 54번)
- 그래서 「중도금일 전에는 이행에 착수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두기도 합니다. 무엇이 이행 착수인지는 사안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일부만 냈다면
계약금 3,000만 원 중 300만 원만 먼저 보내고 나머지는 다음 날 보내기로 한 경우, 매도인이 「받은 300만 원의 두 배인 600만 원만 돌려주고 해제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안 된다고 보았고, 이유를 두 가지로 말했습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 나머지 계약금을 내기 전에는 「계약금계약」이 아직 성립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어느 쪽도 계약금으로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습니다(이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 설령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준은 실제로 받은 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전체입니다. 받은 돈이 적을 때 그 두 배만으로 해제할 수 있게 되면 계약의 구속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반대 경우도 같습니다. 매수인이 「보낸 300만 원만 포기하고 안 살게요」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언제든 계약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계약금계약이 성립했는지, 계약서에 무엇을 약정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보낸 「가계약금」은 이와 또 다릅니다. 통장에 「가계약금」이라고 찍혔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합의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름이 「가계약」이어도 집(매매목적물)과 값(매매대금)이 정해지고 중도금 지급 방법까지 합의됐다면, 잔금 날짜가 없고 정식 계약서를 안 썼어도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 판례 53번). 중요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가계약금을 보낼 때도 문자로 주요 내용과 「해제하면 어떻게 하는지」를 남겨 두는 것이 다툼을 줄입니다.
약속을 안 지켜서 하는 해제는 다릅니다
해약금 해제는 「마음이 바뀌어서」 무르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잔금을 안 주거나 등기 서류를 안 주는 경우는 다른 길입니다.
- 이행지체 해제 —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독촉)하고, 그래도 안 하면 해제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미리 「안 하겠다」고 했다면 최고 없이도 됩니다(제544조)
- 이때는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551조)
- 계약서에 위약금을 정해 두었다면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것으로 추정되고, 너무 과다하면 법원이 줄일 수 있습니다(제398조)
- 해제되면 서로 받은 것을 돌려주고, 돌려줄 돈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입니다(제548조)
예로 보면
울산 남구 아파트를 3억 원에 사기로 하고(가상) 계약금 3,000만 원, 중도금 1억 원(한 달 뒤), 잔금 1억 7,000만 원(두 달 뒤)으로 정했다고 해 봅시다.
| 시점 | 매수인이 무를 때 | 매도인이 무를 때 |
|---|---|---|
| 계약금만 오간 뒤 | 3,000만 원 포기 | 6,000만 원 돌려주고 해제 |
| 계약금 일부(300만 원)만 오간 뒤 | 300만 원 포기만으로 빠진다고 단정 못 함 | 600만 원으로는 안 됨 · 원칙적으로 계약금 해제 자체가 어렵고, 된다 해도 약정 계약금 3,000만 원 기준 |
| 중도금 지급 뒤 | 일반적으로 해약금 해제 불가 | 일반적으로 해약금 해제 불가 |
| 잔금을 안 주면 | — | 최고 후 해제 · 손해배상 또는 위약금 |
해제하면 신고도 합니다
매매계약은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실거래 신고를 해야 하고(부동산거래신고법 제3조), 신고 뒤에 계약이 해제되면 해제가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제 신고를 해야 합니다(제3조의2). 중개사가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중개사가 신고합니다.
정리하면
- 계약금을 주고받았다면 이행 착수 전까지 준 쪽은 포기, 받은 쪽은 배액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임대차도 같음)
- 중도금이 지급되면 일반적으로 이 방법으로는 무를 수 없습니다
- 계약금 일부만 오갔다면 실제 받은 돈의 두 배만으로는 해제할 수 없습니다. 해제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기준은 약정한 계약금 전체입니다
- 약속을 안 지킨 상대에게는 최고 후 해제 + 손해배상의 길이 따로 있습니다
근거 · 민법 제398조 · 제543조 · 제544조 · 제548조 · 제551조 · 제565조 · 제567조 ·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제3조의2 ·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 대법원 2025. 5. 1. 선고 2022다28665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