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건물주와 「월세를 안 받겠다」고 따로 약속했더라도, 그 바뀐 내용을 세무서 사업자등록에 고쳐 신고하지 않았다면 건물을 새로 산 사람에게는 「월세 안 내기로 했어요」라고 내세울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2013. 4. 10. 임차인(이 사건 피고)이 옛 건물주에게서 경기도 시흥시의 공장 등 건물 일부를 빌렸습니다.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40만 원이었습니다.
- 임차인은 건물을 넘겨받고 2013. 4. 23. 이 건물을 사업장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 2013. 6. 12. 빌린 면적을 392.62㎡로 넓히고 보증금을 1억 원으로 바꾸었습니다. 월세는 그대로 40만 원이었고, 계약은 2년마다 갱신되었습니다.
- 그 사이 옛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기계 대금을 다 갚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옛 건물주 이름으로 된 각서 두 장이 임차인에게 건네졌습니다.
- 2013. 8. 21. 각서: 기계 대금 잔액이 1억 2,000만 원으로 줄 때까지, 2013년 9월분부터 월세 40만 원은 기계 대금 이자 일부로 대신하고 받지 않겠다
- 2018. 1. 15. 각서: 빚을 갚지 못하고 있으니 임대료 없이 공장에 관한 모든 권한을 임차인에게 맡긴다
- 2020. 9. 29. 새 건물주(이 사건 원고)가 경매로 이 건물을 사서 주인이 되었습니다.
- 새 건물주는 월세(임료)를 내라고 소송을 했고, 임차인은 「옛 건물주와 월세를 안 내기로 약속했다」고 맞섰습니다.
- 2심(수원지방법원)은 임차인 편을 들었습니다. 「월세 면제 약속이 있었으니 새 건물주에게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왜 문제가 되나
상가 임차인은 대항력(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새 주인에게 「나는 이 계약대로 계속 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그 조건으로 건물을 넘겨받을 것과 사업자등록을 정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대항력으로 지켜지는 「계약 내용」이 어디까지인지가 문제였습니다.
- 처음 계약 내용(월세 40만 원)만 새 주인에게 이어지는 것인지
- 나중에 옛 건물주와 둘이서 바꾼 내용(월세 면제)까지 새 주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
새 주인 입장에서는, 건물을 사기 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는 약속까지 떠안게 되면 억울합니다.
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약정을 통해 차임이 면제되는 등 상가건물 임대차계약 내용이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통해 그 변경 사항이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에 기재되는 등으로 공시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은 그 변경으로써 상가건물을 양수한 새로운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 사업자등록은 「이 건물에 이런 계약이 있어요」라고 남들에게 알리는 게시판 역할을 합니다. 이것을 「공시」라고 합니다.
- 세법에 따르면 보증금·월세(차임)·기간이 바뀌면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해야 합니다.
- 건물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세무서에서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확정일자, 보증금, 월세 등이 적힌 서류)를 보거나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러니 월세를 깎거나 없앤 약속이 이런 방법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새 건물주에게는 「월세 면제」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2013. 8. 21. 각서에 대해 「서로 다른 거래에서 생긴 돈(월세와 기계 대금)을 같은 금액만큼 서로 없애기로 한 약속일 뿐, 임대차계약 자체를 바꾼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결과: 파기환송 — 2심 판결을 깨고, 수원지방법원에 「월세 면제가 공시되었는지 살펴서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2026년 6월 25일에 이미 났습니다. 대법원은 「건물주와 따로 바꾼 계약 내용(월세 면제 등)은 사업자등록 정정신고 등으로 드러나야 새 건물주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월세 면제가 실제로 드러나 있었는지, 그래서 임차인이 월세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는 기록과 사실을 봐야 해서 수원지방법원이 다시 판단합니다. 그 환송 뒤 수원지방법원 결과는 2026년 10월 현재 공개된 판결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드러나지 않은 월세 면제 약속은 새 건물주에게 내세울 수 없다」는 기준은 이 대법원 판결로 정해졌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비유입니다) 교실 게시판에 「청소 당번: 철수, 매주 월요일」이라고 붙어 있다고 해 봅시다. 철수가 담임 선생님과 「너는 청소 안 해도 돼」라고 둘이서만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새 선생님은 게시판만 봅니다. 게시판을 고쳐 두지 않았다면, 철수는 새 선생님에게 「저는 청소 안 하기로 했어요」라고 우기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뜻하는 것
- 임차인: 건물주와 월세를 깎거나 보증금·기간을 바꾸기로 했다면,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해 두어야 새 건물주에게도 그 내용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각서만 받아 둔 것으로는 새 주인에게 부족했습니다.
- 임차인: 이 사건의 새 건물주는 경매로 건물을 샀습니다. 건물주에게 빚이 많은 상가라면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일반적으로 생각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상가를 사거나 경매로 받는 사람: 이 판결에 따르면 사업자등록 정정신고 등으로 드러나지 않은 「월세 면제」 같은 약속은 원칙적으로 떠안지 않습니다. 세무서의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는 이해관계인이 볼 수 있습니다.
- 건물주: 월세를 깎아 주거나 면제해 주는 약속을 했다면, 나중에 건물을 팔 때 그 약속이 새 주인에게 이어지는지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이 사건 건물은 공장 등 건물이었습니다. 울산 상가에도 같은 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만, 이 법의 보호를 받는 범위(환산보증금 등)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상가 공부방 3강).
판결문 요지 (원문)
### 판시사항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대항력의 요건으로 ‘사업자등록’을 규정한 취지 및 사업자등록이 어떤 임대차를 공시하는 효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약정을 통해 차임이 면제되는 등 상가건물 임대차계약 내용이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으나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통해 그 변경 사항이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에 기재되는 등으로 공시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인이 그 변경으로써 상가건물을 양수한 새로운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판결요지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건물 인도와 더불어 대항력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업자등록’은 거래 안전을 위하여 임대차의 존재와 내용을 제3자가 명백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공시방법으로서 마련된 것이므로, 사업자등록이 어떤 임대차를 공시하는 효력이 있는지는 일반 사회통념상 그 사업자등록을 통하여 해당 건물에 관한 임대차의 존재와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2] 부가가치세법 제8조 제1항, 제2항, 제12항,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24. 2. 29. 대통령령 제34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제3항, 제14조 제1항 제7호(위 규정들은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상 사업자등록에도 준용된다)에 따르면, 사업장을 임차한 사업자가 사업자등록을 할 때 세무서장에게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첨부한 사업자등록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보증금ㆍ임차료 또는 임대차기간의 변경이 있는 때에는 사업자등록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3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3조의3 제2항, 제3항, 구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 부여 및 임대차 정보제공에 관한 규칙(2022. 2. 7. 법무부령 제1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상가건물 임대차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관할 세무서장에게 해당 상가건물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정보의 제공을 요청하여 위 정보가 기재된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를 열람하거나 교부받을 수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약정을 통해 차임이 면제되는 등 상가건물 임대차계약 내용이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통해 그 변경 사항이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에 기재되는 등으로 공시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은 그 변경으로써 상가건물을 양수한 새로운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 결론(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판단은 그 사건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사정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