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면서 「보증금은 매수인이 떠안고 매매대금에서 뺀다」고 약속했을 때, 그 약속이 법적으로 어떤 성격(매도인이 완전히 빠지는지, 함께 책임지는지 등)인지 가려내는 것은 법률사무입니다. 그래서 공인중개사가 그릇된 정보를 주지 않았다면, 그 법적 성격까지 조사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주의의무 위반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 소유자(이 사건 원고)가 2018. 11. 20. 한 공단과 보증금 2억 원에 임대차계약을 맺었습니다.
- 2020. 5. 16. 소유자는 공인중개사(이 사건 피고 1)의 중개로 이 아파트를 2억 8,000만 원에 팔았고, 보증금 2억 원은 매수인이 떠안고 매매대금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 2020. 5. 18. 소유자는 보증금을 뺀 잔금을 받고 소유권을 넘겨주었습니다.
- 매수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 채무를 넘겨받는 조치를 하지 않았고, 곧바로 아파트에 근저당을 두 건 설정했습니다.
- 임차인은 보증금을 못 받았다며 보험사(서울보증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았고, 보험사는 옛 소유자(원고)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내 「2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2021. 7. 14. 선고되어 확정되었습니다.
- 옛 소유자는 「중개사가 매수인이 보증금 채무를 완전히 넘겨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중개사와 공제사업자(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심(울산지방법원)은 중개사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왜 문제가 되나
세 낀 집을 팔 때 「보증금 인수 · 대금에서 공제」는 흔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 약속이 면책적 채무인수(옛 집주인이 완전히 빠짐)인지, 이행인수(매수인이 대신 갚기로 한 것일 뿐 옛 집주인 책임은 남음)인지, 병존적 채무인수(둘 다 책임)인지는 임차인의 대항력, 임차인의 동의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개사가 이것까지 따져 설명해야 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부동산중개업의 대상이 되는 중개행위는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매매 등 법률행위가 용이하게 성립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주선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고, 변호사법 제3조에서 규정한 법률사무와는 구별된다.
각 채무인수의 요건에 관한 분석 등을 통하여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조사·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 중개는 거래가 잘 이루어지도록 돕고 주선하는 일이고, 법률 판단(법률사무)과는 다릅니다.
- 「보증금 인수」 약속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것은 법률 판단이므로, 중개사가 그것까지 조사해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 이 사건 중개사가 「이제 매도인은 보증금 책임에서 벗어난다」 같은 그릇된 정보를 준 정황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과: 파기환송 — 2심 판결 중 중개사·협회가 진 부분을 깨고 울산지방법원에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2024년 9월 12일에 이미 났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 설명은 중개사의 의무가 아니고, 그릇된 정보를 준 경우가 아니면 책임이 없다」는 기준을 정했고, 그 기준에 따라 이 사건 중개사에게 다른 책임 사유가 있는지는 2심(울산지방법원)이 다시 판단합니다. 환송 뒤 2심 결과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기준은 이 대법원 판결로 정해졌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비유입니다) 집 소개를 맡은 사람은 거래가 성사되도록 돕는 사람이지, 계약서 조항의 법률 효과를 판정해 주는 변호사는 아닙니다. 다만 틀린 말을 사실처럼 전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뜻하는 것
- 매도인(옛 집주인): 「매수인이 보증금을 떠안는다」고 계약서에 써도,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았거나 사정에 따라 옛 집주인의 보증금 책임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 매도인은 결국 2억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주택 공부방 16강 · 판례 49 함께 보기).
- 그래서 세 낀 집을 팔 때는 임차인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일반적으로).
- 공인중개사: 법적 성격까지 판정할 의무는 없지만, 「이제 매도인 책임은 끝났다」처럼 확인하지 않은 말을 사실처럼 전하면 책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 판결의 단서입니다.
판결문 요지 (원문)
### 판시사항
부동산중개업자가 중개의뢰인에게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 / 공인중개사법상 부동산중개업의 대상이 되는 중개행위의 의미 및 이는 변호사법 제3조에서 정한 법률사무와 구별되는지 여부(적극) /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각 채무인수의 요건에 관한 분석 등을 통하여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법률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조사·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판결요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법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할 의무가 있다.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 제3호의 규정에 의하면, 부동산중개업의 대상이 되는 중개행위는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매매 등 법률행위가 용이하게 성립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주선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고, 변호사법 제3조에서 규정한 법률사무와는 구별된다. 그런데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임차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여부 등에 따라 위와 같은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이 면책적 채무인수, 이행인수 또는 병존적 채무인수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각 채무인수의 요건에 관한 분석 등을 통하여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조사·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 결론(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판단은 그 사건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사정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