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재개발 조합장 선거에 나간 후보가 조합에서 받은 조합원 명부를 자기 선거사무원에게 건넨 것만으로는 개인정보를 「남에게 넘긴 것」이나 「받은 목적 밖으로 쓴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한 주택재개발조합(○○1구역)에서 2기 조합임원 선거가 열렸습니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조합장 후보로 등록한 사람입니다.
- 후보는 2022. 8. 4. 조합에 「문서 열람·복사 신청서」를 내고, 용도란에 「선거운동」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의 이름·주소·전화번호·생년월일이 담긴 선거인 명부를 받았습니다.
- 조합의 선거 규정은 이랬습니다. 선거운동은 후보와 선거사무원만 할 수 있고, 전화 선거운동은 후보 본인만 할 수 있습니다. 선거사무원은 어깨띠나 선거운동복을 입고 명함을 나눠 주는 거리 홍보만 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후보는 선거사무원에게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통된 휴대전화와 함께 명부 중 약 150명분을 건넸습니다.
- 검찰은 「받은 개인정보를 목적 밖의 부정한 선거운동에 쓰려고 제3자에게 넘겼다」며 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2심(부산지방법원)은 이를 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왜 문제가 되나
개인정보 보호법은 남에게서 개인정보를 받은 사람이 받은 목적 밖으로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처벌합니다(구법 제19조, 제71조 제2호).
그래서 두 가지가 물음이 되었습니다.
- 후보가 자기 선거사무원에게 명부를 준 것이 「다른 사람(제3자)에게 넘긴 것」인가?
- 조합 규정을 어기고 선거사무원에게 전화 선거운동을 시킨 것이 곧 「목적 밖으로 쓴 것」인가?
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은 본래의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목적의 범위를 넘어 그 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개인정보의 지배ㆍ관리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지배ㆍ관리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인정보처리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내부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과 구별된다.
대법원은 선거사무원이 후보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후보의 일을 돕는 사람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같은 편 안에서 함께 쓴 것이지, 관리하는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3자에게 넘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의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아닌 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개인정보 이용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처리자와의 일부 약정이나 이들의 내부 규정 등에 위배된다는 사정만으로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에서 말하는 ‘목적 외 용도’의 이용으로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목적 밖으로 썼는지」도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 신청서에는 「선거운동」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조합 규정도 「선거 이외의 목적에 쓰면 안 된다」고만 정해 두었습니다.
- 조합 규정을 보면 선거사무원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후보가 선거사무원과 명부를 함께 쓰리라는 것은 조합원과 조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 후보가 「전화는 본인만」이라는 선거 규정을 어긴 것은 맞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보면 선거 규정을 어긴 일은 전부 개인정보 범죄가 되어 처벌이 지나치게 넓어진다고 했습니다.
결론은 파기환송입니다. 2심 판결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고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2026년 7월 16일에 이미 났습니다. 대법원은 「후보가 자기 선거사무원과 명부를 함께 쓴 것은 남에게 넘긴 것(제3자 제공)이 아니고, 조합 선거 규정을 어긴 것만으로 곧 목적 밖으로 쓴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정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후보가 죄가 되는지는 부산지방법원 항소심이 사실을 다시 살펴 새로 재판합니다. 그 환송 뒤 부산지방법원 재판 결과는 2026년 10월 현재 공개된 판결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판단 기준은 이 대법원 판결로 정해졌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비유) 반장 선거에 나간 학생이 선생님께 「선거에 쓰겠다」며 반 친구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돕는 선거 도우미 친구와 그 연락처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것은 연락처를 다른 반 아이에게 넘긴 것과는 다릅니다. 도우미가 「전화는 후보만」이라는 선거 규칙을 어긴 것은 따로 꾸중 들을 일이지만, 그것만으로 「연락처를 엉뚱한 데 썼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뜻하는 것
- 재개발 조합 선거와 바로 이어지는 판결입니다. 조합장·임원 선거 때 후보가 조합원 명부를 받아 선거운동에 쓰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판결에 나온 대로 조합원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에 따라 조합원 명부 같은 서류의 열람·복사를 요청할 수 있고, 받은 사람은 그 서류를 사용 목적 밖으로 쓰면 안 됩니다(같은 조 제6항).
- 조합원 입장 — 내 이름·주소·전화번호·생년월일이 선거 때 후보 측에 건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판결은 후보가 자기 선거사무원과 함께 쓰는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보았습니다.
- 후보 입장 — 이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처벌되느냐만 본 것입니다. 조합 선거 규정을 어긴 것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규정 위반에 따른 조합 안의 제재가 따로 있는지는 조합 규정마다 다르므로 확인 필요입니다.
- 명부를 선거와 상관없는 곳에 쓰거나, 후보의 일을 돕는 사람이 아닌 바깥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는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은 2023. 3. 14. 개정 전 개인정보 보호법이 적용됐습니다. 지금 법에서 같은 결론인지는 확인 필요입니다.
- 매수인·세입자에게는 직접 관계가 적은 판결입니다. 조합원이 되면 내 개인정보가 조합 선거에 쓰일 수 있다는 점 정도를 알아 두시면 됩니다.
판결문 요지 (원문)
### 판시사항
[1] 구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의 의미 및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지배ㆍ관리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인정보처리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내부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과 구별되는지 여부(적극) / 이는 같은 법 제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다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의 의미
[3]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 제19조 위반죄의 성립에 관하여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목적 외의 용도’로 개인정보를 이용했는지 판단하는 방법
[4]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임원 선거에 조합장 후보로 등록한 피고인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위 조합으로부터 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선거인 명부를 제공받은 다음, 선거사무원에게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선거인 명부 중 일부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부정한 선거운동을 위한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선거사무원에게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명부를 전달한 행위만으로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판결요지
[1]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제71조 제2호는 제19조를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은 본래의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목적의 범위를 넘어 그 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개인정보의 지배ㆍ관리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지배ㆍ관리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인정보처리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하여 내부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과 구별된다. 이는 같은 법 제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다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제15조, 제16조에서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ㆍ이용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17조 제1항 각 호, 제3항에서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며, 제18조 제2항 각 호에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제19조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를 수범자로 하여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령의 체계와 문언을 종합하면,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은 같은 법 제17조 제1항 각 호, 제3항, 제18조 제2항 각 호에서 정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우와 관련이 있는 목적’을 의미하고, 그와 무관하게 제공받은 자가 가지는 주관적ㆍ일방적인 목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개인정보의 지배ㆍ관리권이 이전된다면, 해당 개인정보는 그 제공의 이유나 의도에 부합하도록 이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1조 제2호, 제19조 위반죄의 성립에 관하여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목적 외의 용도’로 개인정보를 이용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개인정보의 최초 수집 목적과 정보주체가 동의한 제3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의 범위, 개인정보처리자가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해당 규정의 내용,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사이에 이루어진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의사표시의 구체적인 내용, 개인정보의 제공에 관하여 개인정보처리자 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는 관련 지침이나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목적’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나아가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의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아닌 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개인정보 이용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처리자와의 일부 약정이나 이들의 내부 규정 등에 위배된다는 사정만으로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에서 말하는 ‘목적 외 용도’의 이용으로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4]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임원 선거에 조합장 후보로 등록한 피고인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위 조합으로부터 조합원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담긴 선거인 명부를 제공받은 다음, 후보자 본인에 한하여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선거운동 방법 제한을 위반하여 선거사무원에게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선거인 명부 중 일부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인 부정한 선거운동을 위한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조합으로부터 선거인 명부를 교부받기 위하여 제출한 ‘문서 열람ㆍ복사 신청서’의 용도 및 목적란에 ‘선거운동’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달리 구체적인 기재는 없고, 조합의 규정도 "확정된 선거인 명부를 후보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후보자는 이를 ‘선거 이외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다."라고만 규정할 뿐이며, 그 밖에 개인정보인 선거인 명부의 제공 및 이용 목적에 관하여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은 점, 조합의 선거관리규정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선거사무원이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는 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점, 개인정보인 선거인 명부를 제공한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인 조합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선거인 명부를 제공받은 후보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사무원과 함께 선거인 명부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점, 피고인이 선거사무원인 선거사무원에게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을 지시함으로써 선거운동 방법 제한을 위반한 것만으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목적 외 용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선거사무원에게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명부를 전달한 행위만으로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결론(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판단은 그 사건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사정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