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땅에서 쉽게 떼어 낼 수 있거나 기둥·지붕·벽이 제대로 없는 컨테이너 같은 구조물은 법에서 말하는 「건물」이 아니어서, 그것을 빌린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2021. 5. 3. 주인(이 사건 원고, 회사)이 강원도 속초시의 땅 위에 있는 컨테이너를 임차인(이 사건 피고, 회사)에게 빌려주었습니다.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5만 원, 기간은 2021. 5. 10.부터 2022. 5. 9.까지였습니다.
- 임차인은 이 컨테이너에서 캐릭터 관련 제품 등을 팔았고, 그 주소를 사업장으로 사업자등록에 추가했습니다.
- 이 컨테이너는 화물용 컨테이너를 고쳐 꾸민 것이었습니다. 앞쪽에 큰 유리창, 옆에 유리 출입문, 바닥에 나무 마루, 천장에 조명, 바깥에 간판이 있었습니다. 에어컨과 가스설비도 있었고, 전에는 로컬푸드 매장 등으로도 쓰였습니다.
- 주인은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컨테이너를 돌려 달라」고 소송을 했습니다.
- 2심(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장사하는 공간으로 상당 기간 쓰였으니 상가건물이다.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했으니 계약이 이어졌다」며 주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문제가 되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줄여서 상가임대차법)은 「건물」을 빌려 장사하는 사람을 보호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갱신요구권(일정 기간까지 계약을 이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컨테이너는 옮길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 컨테이너도 「건물」로 보아 상가임대차법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 아니면 옮길 수 있는 「물건」(법률 용어로 동산)이라 보호 대상이 아닌지
가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법률상 독립된 부동산인 건물이라고 하려면 토지의 정착물로서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및 주벽이 있어야 하므로, 토지로부터 쉽게 분리할 수 있거나 기둥과 지붕 및 주벽이 없다면 건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조물은 토지의 정착물인 건물이 아니라 동산에 불과하므로 이를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 법에서 「건물」이 되려면 땅에 붙어 있으면서(정착물) 최소한의 기둥, 지붕, 둘레 벽(주벽)이 있어야 합니다.
- 땅에서 쉽게 떼어 낼 수 있거나, 기둥·지붕·벽이 없으면 「건물」이 아니라 「물건(동산)」입니다.
- 물건을 빌린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 2심은 「한곳에서 얼마나 오래 장사 공간으로 썼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대법원은 그 기준이 틀렸다고 보았습니다. 먼저 이 컨테이너가 땅에서 쉽게 떼어 낼 수 있는지, 기둥·지붕·벽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 파기환송 — 2심 판결을 깨고,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컨테이너가 건물인지 먼저 살펴서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이 컨테이너는 건물이 아니다」라고 결론까지 내린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은 2025년 11월 13일에 이미 났습니다. 대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건물인지 판단하느냐」를 정했고, 이 컨테이너가 실제로 땅에 붙어 있는지, 기둥·지붕·벽이 있는지는 현장 사실을 봐야 해서 2심이 다시 판단합니다. 그 환송 뒤 2심 결과는 2026년 10월 현재 공개된 판결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쉽게 떼어 낼 수 있거나 기둥·지붕·벽이 없으면 상가임대차법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기준은 이 대법원 판결로 정해졌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비유입니다) 운동장에 세워 둔 텐트와 교실은 둘 다 안에서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텐트는 접어서 옮길 수 있고, 교실은 땅 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텐트에서 오래 수업했다고 텐트가 교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법은 「얼마나 오래 썼나」보다 「땅에 붙은 건물인가」를 먼저 봅니다.
실무에서 뜻하는 것
- 컨테이너·간이 구조물을 빌려 장사하는 임차인: 이 판결에 따르면 땅에서 쉽게 떼어 낼 수 있는 구조물이라면 계약갱신요구권 같은 상가임대차법 보호를 원칙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계약 기간과 연장 조건을 계약서에 분명히 적어 두는 것이 일반적으로 중요합니다.
- 빌려주는 사람: 반대로 컨테이너라도 땅에 단단히 붙어 있고 기둥·지붕·벽을 갖추었다면 「건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구조물마다 실제 모습을 따져야 합니다.
- 상가를 사거나 빌리기 전: 건축물대장에 올라 있는 건물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상가 공부방 2강 건축물대장 읽기). 다만 건축물대장에 오르는지와 이 판결의 「건물」 기준이 언제나 같은지는 확인 필요입니다.
-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지는 이 「건물」 요건 말고도 환산보증금 등 다른 조건이 있습니다(상가 공부방 3강).
판결문 요지 (원문)
### 판시사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의 의미 / 토지로부터 쉽게 분리할 수 있거나 기둥과 지붕 및 주벽이 없는 경우, 법률상 독립된 부동산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조물을 임대차의 목적으로 한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판결요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고 한다)의 목적과 같은 법 제2조 제1항 본문, 제3조 제1항에 비추어 보면,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는 사업자등록 대상이 되는 건물로서 임대차 목적물인 건물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
한편 법률상 독립된 부동산인 건물이라고 하려면 토지의 정착물로서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및 주벽이 있어야 하므로, 토지로부터 쉽게 분리할 수 있거나 기둥과 지붕 및 주벽이 없다면 건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조물은 토지의 정착물인 건물이 아니라 동산에 불과하므로 이를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 결론(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환송한다.
이 판단은 그 사건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사정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