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가계약서」라는 이름으로 썼더라도 무엇을 얼마에 사고파는지(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가 정해지고 중도금을 어떻게 낼지 합의했다면, 잔금 날짜가 비어 있고 정식 계약서를 쓰지 않았어도 매매계약은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약이 성립하면 계약금 해제(배액 상환)는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매도인(이 사건 피고)과 매수인(이 사건 원고)이 부동산을 사고팔기로 하며 가계약서를 썼습니다.
- 가계약서에는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정해져 있었고, 중도금을 어떻게 낼지도 합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잔금 지급 시기는 적혀 있지 않았고, 그 뒤 정식 계약서도 쓰지 않았습니다.
- 매매계약 때 매수인은 중도금 일부를 대신해 자기가 제3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권리를 매도인에게 넘기기로 했고, 그 돈을 갚아야 할 제3자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달라고 소송을 냈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했다」고 맞섰습니다.
왜 문제가 되나
매도인 쪽에서는 「가계약일 뿐 정식 계약은 아직 아니다」라고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소유권을 넘길 의무도 없습니다. 또 계약이 성립했더라도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면 해제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 계약이 성립하려면 모든 것이 정해질 필요는 없고, 중요한 것(무엇을, 얼마에)이 정해지면 됩니다.
- 이 사건 가계약서에는 목적물·대금·중도금 지급방법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잔금 날짜가 없고 정식 계약서를 안 썼어도 매매계약은 성립했습니다.
- 매수인이 계약 자리에서 중도금 일부 대신 채권을 넘기기로 하고 채무자도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매수인은 그때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뒤 매도인이 계약금 두 배를 돌려주고 해제한다고 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과: 상고기각 — 원래 판결(2심)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매매계약이 성립했고 매도인의 해제는 효력이 없다는 결론이 확정되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비유입니다) 메모지에 「이 집, 3억에, 중도금은 이렇게」라고 서로 적고 도장을 찍었다면, 종이 제목이 「가계약」이어도 이미 약속은 된 것입니다. 제목보다 무엇을 정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뜻하는 것
- 「가계약」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아직 계약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가계약금을 보낼 때 목적물·금액·지급 방법이 정해져 있었다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주택 공부방 6강).
- 반대로 아직 결정을 미루고 싶은 단계라면, 「정식 계약서를 써야 계약이 된다」, 「가계약금을 어떻게 처리한다」는 내용을 문자 등으로 분명히 남겨 두는 것이 다툼을 줄입니다(일반적으로).
- 계약이 성립했다면 계약금 해제는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됩니다. 무엇이 「이행 착수」인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판례 54 함께 보기).
- 이 판결은 가계약 때 낸 돈을 「계약금 전부」로 볼지 「일부」로 볼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계약금 일부만 낸 경우의 해약금 기준은 주택 공부방 6강(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에 있습니다.
판결문 요지 (원문)
### 판시사항
[1] 계약의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의 정도
[2]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본 사례
[3] 해약금에 관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이행을 착수할 때까지’의 의미
[4]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중도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매도인에게 제3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그 자리에 제3자도 참석한 경우, 매수인은 매매계약과 함께 채무의 일부 이행에 착수하였으므로, 매도인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정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사례
### 판결요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이 판결의 「판결요지」 칸이 따로 실려 있지 않습니다. 아래는 판결 이유 중 법리 부분 원문입니다.)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참조). 한편,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등 참조).
2.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할 것인바, 여기에서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등 참조).
### 결론(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판단은 그 사건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사정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